WWE 섬머슬램 2019 후기 – 여름날의 레슬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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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에는 4대 PPV가 있다. 로얄럼블, 레슬매니아, 섬머슬램, 서바이버 시리즈가 그것이다.

최근 WWE는 예전과는 달리 눈 앞의 이익을 찾기가 급급해서 4대 PPV에 차별점을 두지 않고 자극적인 매치와 매치 카드 돌려쓰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4대 PPV의 퀄리티는 평준화 되었으며 심지어 TV 쇼인 RAW와 스맥다운 일반 매치와도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섬머슬램 또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같은 매치업 두번째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매치업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매치업 : 브록 레스너 VS 세스 롤린스 (레슬매니아 35와 동일)
결과가 뻔히 보이는 매치업 : 브레이 와이어트 VS 핀 벨러, 샬럿 플레어 VS 트리시 스트래터스, 골드버그 VS 돌프 지글러, 셰인 맥맨 VS 케빈 오웬스
노잼이 예상되는 매치업 : 코피 킹스턴 VS 랜디 오턴

이런 이유로 그닥 기대를 안했으나.. 경기를 본 후로는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경기 하나하나를 살펴보자.

나탈리아 VS 베키 린치의 RAW 위민스 챔피언십이자 섭미션 매치이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보차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로우 드롭킥을 베키 린치가 잡는 걸로 반격했어야했는데 제대로 잡지 못해 나탈리아 혼자 넘어진 것 같이 보였다.) 섭미션 공방전이 상당히 볼만했다.

슈퍼 플렉스 또한 제대로 탑로프에서 들어갔으며 묵직하면서 과격한 스턴트들이 눈길을 끌기 충분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베키 린치는 충분히 인정할만한 경기를 보여줬다.


다음은 위 움짤로 모든게 설명이 가능한 골드버그 VS 돌프 지글러의 경기였다.

스토리는 돌프 지글러 VS 숀 마이클스의 경기가 열리나 했더니만 갑자기 골드버그로 바뀐 케이스이다.

내 예상에는 슈퍼 쇼다운에서 언더테이커와 졸전을 펼쳐 레슬매니아 20 브록 레스너 전 이상으로 이미지를 구긴 것을 회복하고자 이 경기를 한게 아닌가 싶다.

골드버그의 기술들은 파워 하우스 계열 기술이 대부분인지라 나이가 든 지금 오랜 시간 경기하기가 힘들다. 슈퍼 쇼다운에서 힘빠진 두 전설이 붙었으니 경기를 보지 않아도 졸전이 나올 것이 뻔했다.

한 10년전이야 어떻게 비벼볼만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위상 깎이지 않으려면 저런 돌프 지글러같은 만만한 덩치에 셀링 확실한 선수와 붙어야 산다.

그래서 나온 명장면이 저 위의 움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원시원한 스피어. 고어와는 다르고 에지의 얄팍한 스피어와는 다른 묵직하고 시원한 스피어. 다른거 다 필요 없다. 우리는 골드버그에게 저런 것을 원했다.

돌프 지글러의 입장에서도 역대급 셀링을 보여주며 접수왕 = 돌프 지글러라는 이미지를 다시한번 각인시켰으며 골드버그도 다시금 강력함을 보여준 윈윈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저 스피어는 내가 지금까지 본 골드버그의 스피어 중.. 아니 스피어를 쓰는 모든 선수들이 보여준 스피어 중에 최고의 스피어가 아니었나 싶다.

뒷 이야기로는 돌프 지글러가 저 경기 후에 WWE 나가려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저렇게 멋진 접수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빈스도 구두로 OK했으면서 다시 무시하고 WWE에 묶어뒀다는데… 당사자가 아니니 잘 알 수 없다.

AJ 스타일스와 리코셰의 US 타이틀 매치도 예상보다 재밌었다. OC의 난입으로 흐지부지 될 줄 알았는데 나름 깔끔하게 끝났을 뿐더러 서로 위상이 떨어질 것 없는 경기였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명과 2010년 후반기 최고의 하이 플라이어가 만났으니 경기 퀄리티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

대충 경기 내용은 리코셰의 다리가 약점을 드러냄 – AJ 스타일스의 다리 지옥 – 리코셰가 이를 극복하고 세 선수에게 한번씩 한방을 날림 – 리코셰가 마지막 한방을 시도 – AJ 스타일스의 반격 스타일스 클래시 – 경기 끝 이렇게 요약할 수가 있는데. 리코셰가 무시할 수 있었던 다리 부상 셀링을 끝까지 소화하는 것 보면서 대단함을 느꼈으며 마지막 OC의 매직 킬러 또한 리코셰를 처참히 부수는 악역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이런 사소한 셀링 하나하나 마무리 하나하나가 선수의 위상과 이미지를 좌우한다는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경기는 베일리 VS 엠버 문 스맥다운 위민스 챔피언십이었다.

엠버 문이라는 선수는 되게 독특한 선수이다. 155cm이라는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인상적인 외모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묵직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 전혀 작아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작은 거인 같은 선수다.

다만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데.. 바로 피니셔다. ‘이클립스’라는 이름의 피니셔는 다이빙 스터너 같은 기술인데. 탑로프에서 몸을 날려 스터너를 먹이는 기술이다. 그야말로 성공시키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기술이라고 할 수있겠다. 시전자가 탑로프에 올라가있어야하며 피폭자는 적당한 거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야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 자체는 강력해보이나 드라마틱한 마무리는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경기 마무리 또한 피니셔가 발목을 잡았다. 엠버 문은 경기의 마무리를 위해 탑로프로 올라가야만했고 베일리는 그걸 슈퍼 베일리 투 벨리 슈플렉스로 마무리 짓게 된다.

엠버 문. 정말 좋은 선수인데 언제쯤 다시 제대로 된 기회를 받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다음 경기는 케빈 오웬스 VS 셰인 맥맨이다. 이 경기에서 케빈 오웬스가 질 경우 WWE를 떠나게 되는데… 뻔히 결과가 보이는 경기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일라이어스가 특별 심판으로 링 밖에 서게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 했으나 케빈 오웬스가 치트 투 윈 전략을 쓰며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이 경기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판이 두명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별 심판이 나올 경우 특별 심판 혼자서 경기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부심격으로 두명이 된 점이었고 깨알같은 일라이어스의 방해가 재미요소였다.

이후 섬머슬램에서 셰인과 일라이어스 그리고 케빈 오웬스의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킹 오브 더 링에 참가하게 된 케빈 오웬스. 과연 새로운 킹에 오르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대립 마무리는 헬 인 어 셀 쯤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

다음 경기는 2010년대 여왕 샬럿 플레어 VS 2000년대 여왕 트리스 스트래터스다.
역시나 경기 결과가 예상되는 매치업 카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뻔한 내용은 아니었다. 트리시는 은퇴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현역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으며 오히려 현역때보다 더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트래터스 피어가 터졌을 때와 릭 플레어의 WOOOO를 따라하며 찹을 날릴 때, 샬럿 플레어의 피니셔인 피겨 8을 걸었을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결국 샬럿 플레어의 피겨 8으로 트리시 스트래터스가 ‘당연히’ 패하기는 했지만 간만에 칙 킥도 볼 수 있었고 스트래터스 팩션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걸 다 킥 아웃하게 한 WWE를 욕하자.

어디서 냄새가 나는 듯 하다.. 노잼의 냄새가…
이번 경기는 코피 킹스턴 VS 랜디 오턴 WWE 챔피언십 경기다.

WWE는 대니얼 브라이언의 예스 무브먼트 이후로 언더독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코피 킹스턴을 갑자기 WWE 챔피언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물론 코피 킹스턴이 그동안 WWE에 헌신한 것도 있고 레슬매니아 전까지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만.. 점점 노잼화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챔피언을 생각보다 오래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피니셔가.. 임팩트가 없을 뿐더러 체형 자체가 강력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예 대니얼 브라이언처럼 작으면 언더독 느낌도 들겠지만 코피 킹스턴은 상대적으로 호리호리한 느낌에 키도 적당해서 애매한 위치에 속한다.

거기에 언더독 이미지를 가져와놓구선 엄청나게 강력하게 만들어버려서 뭔가 붕 뜬 느낌이랄까?

어쨋든 결과는 카운트 아웃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이 둘의 대립은 헬 인 어 셀까지는 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는 새로운 기믹 ‘더 핀드’ 브레이 와이어트의 공식 복귀전인 브레이 와이어트 VS 핀 벨러의 경기이다.

파이어플라이 펀 하우스의 브레이 와이어트와 별개의 느낌을 주려는지 더 핀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고 브레이 와이어트 얼굴에 렌트를 박아넣은 듯 한 것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새롭게 장착한 목피틀기와 맨디블 클러는 그의 기믹에 정말 잘 맞는 무브였다.

핀 벨러가 지기는 했으나 데몬 킹으로 붙을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브레이 와이어트에게 깨지게 되면 데몬 킹의 강력함 또한 깨지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경기가 성사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4대 PPV, 특히 레슬매니아에서 한번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헬 인 어 셀 매치로 한번 붙어도 재밌겠지만..

마지막 경기는 브록 레스너 VS 세스 롤린스 WWE 유니버설 챔피언십이다.

또?!?! 하는 느낌이었지만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 경기로도 손색이 없을 경기였다.
경기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둘다 모든 것을 보여줬던 경기였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적당한 마무리였던 것 같다.

다만 브록 레스너가 너무 깔끔하게 클린 핀폴을 당한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당분간 세스 집권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또 후에 브록 레스너와 붙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왜일까..

어쨋든 나름 만족도 있는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총평을 해보면 그래도 올해 PPV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PPV가 아니었나 싶다. 경기들이 대체로 너무 질질 끌지도 않고 적당한 시간내에 끝났으며 4대 PPV 답게 다채로운 무브 또한 나와서 지루할 틈을 제거해주었다.

4대 PPV에 이정도 퀄리티만 계속해서 유지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다급한 WWE께서 어쩌실지 궁금하다.

다음 4대 PPV인 서바이버 시리즈를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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